꽃처럼 아픈 詩

안주철 _ 다음 생에 할 일들

수평선다방의 시 2015. 7. 28. 14:32

  

  

   다음 생에 할 일

 

                             안 주 철

 

아내가 운다.

나는 아내보다 더 처량해져서 우는 아내를 본다.

다음 생엔 돈 많이 벌어올게.

아내가 빠르게 눈물을 닦는다.

다음 생에는 집을 한채 살 수 있을 거야.

아내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다음 생에는 힘이 부칠 때

아프리카에 들러 모래를 한줌 만져보자.

아내는 피식 웃는다.

이번 생에 니가 죽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재빨리 아이가 되어 말한다. 배고파.

아내는 밥을 차리고

아이는 내가 되어 대신 반찬 투정을 한다.

순간 나는 아내가 되어

아이를 혼내려 하는데 변신이 잘 안된다.

아이가 벌써 아내가 되어 나를 혼낸다.

억울할 건 하나도 없다.

조금 늦었을 뿐이다.

 

그래도 나는 아내에게 말한다.

다음 생엔 이번 생을 까맣게 잊게 해줄게.

아내는 눈물을 문지른 손등같이 웃으며 말한다.

오늘 급식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