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장만호 _ 슬픔의 근친

수평선다방의 시 2013. 10. 16. 10:39

 

 

 

     슬픔의 근친

 

                       장 만 호

 

오늘 저녁

슬픔의 주인은 누구인가

돼지고기 한 근을 앞에 두고

부엌에 서서, 오래도록 생각하고 있는 어머니인가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아들인가

 

이상하다,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고추장 불고기를 해먹어야겠는데, 생각이

30년 동안 식당 주인이었는데도,

갑자기 요리법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저녁인가

 

제가 할게요

제가 하지요

 

고추장 불고기 맛있게 만드는 법

‘고추장 두 큰 술, 고춧가루 두 큰 술, 후춧가루 약간…’

 

고기는 목살, 기름기 없는

쓸쓸한 한 근

주물러 재워두고, 담배를 피고 들어오는 아들의 저녁인가

그 사이에 잠시 잠든 어머니의 시간인가

 

오늘 저녁 슬픔은 어떤 맛이 나는가

고추장 두 큰 술, 고춧가루 두 큰 술…

 

아들과 어미가 저녁을 먹는다

마흔넷 개띠와 여든 살 개띠가 저녁을 먹는다

고추장 불고기

으르렁 소리도 없이 양보하며 싸 먹는다

마지막 남은 슬픔 한 장을 서로에게 권해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