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서안나 _ 개기일식

수평선다방의 시 2013. 9. 27. 14:23

 

 

 

      개기일식

 

                          서 안 나

 

한 입술이 한 입술과 겹쳐진다,

물뱀처럼 캄캄하다

한 남자의 입술이 한 여자의

캄캄한 사랑을 누르고 있다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갔을 때

아름다운 여자는 조금씩 사라졌다

입술만 남은,

내가 잡지 못하는,

등 뒤에서 입술 깨무는,

당신이란

 

사라지는 여자의 눈썹이 서늘하다

어느쪽이 슬픔의 정면인지

하루가 백 년 같은 뜨거운 이마

 

당신과 내가 삼켜버린 낡은 입술들

입술과 입술이 쌓인다

고요하다 입술들은

울음과 울음이 겹쳐진다,

캄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