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황규관 _ 허공

수평선다방의 시 2013. 9. 5. 12:56

 

    허공

 

                황 규 관

 

아직껏 내가 가져보지 못한 것 중에

가장 찬란한 것은 허공이라네

갓난아기가 꼭 쥐고 놓지 않는 것

차마 먼저 돌아서지 못하는 어머니의 눈빛 같은 것

마지막 구호를 삼켜버린 망루의 불꽃 같은 것……

모든 신앙은 미신이지 주기도문도

허리를 분질러버리는 삼천 배도

모두 허공에 대한 경배 아니던가

가장 나중까지 매달려 있는 이파리가

동틀 무렵 잠깐 증명하는 것을

나는 아직까지 갖지 못했네, 허공

바람이 지나가고 깊은 탄식도 아무 형식 없이

낙오된 기러기처럼 뒹구는 곳

어쩌면 끝내 내가 되지 못할,

내 싸움이 지향했던 13월 같은 것

대신 끝나지 않을 밑줄을 그으며 읽는 책을

나는 이제 허공이라 부르겠네

내 몸이 다 녹아 파도로 돌아가는 순간이라고

오직 저 나비의 귀에만 속삭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