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김경인 _ 단 하나의 노래
수평선다방의 시
2012. 6. 26. 10:35
단 하나의 노래
김 경 인
나를 위해 노래해줘* 밤아
호수 바닥에 정박한 요람을 흔들어줘
나를 위해 연주해줘 휘파람아
일곱 낮과 일곱 밤으로
일곱 개의 꿈을 다 밀어내어줘
나를 위해 노래해줘 길고양이야
밤의 건반 위를 내어달려 혼돈의 길로 달아나줘
고양이가 훔쳐 달아난 내 얼굴이
바닥을 다 잊어버릴 때까지
천개의 밤을 낳아버린 단 하나의 대낮아
나를 둘러싼 빛깔들을 몰아내어줘
나를 위해 산란해줘
대낮을 내질러 달아나는 꼬리야
숨 가쁜 물방울들을 터뜨려줘
파도를 일으켜줘 다락방아
다락 속의 구겨진 긴 다리야
내 꿈속을 대신 달려줘
무너지는 지붕 위로 간신히 뜨는 하얀 달아
꿈속에 숨어 있는 한 이름을 비추어줘
너의 커다란 눈으로 또 한 이름을 뒤쫓아줘
단 하나의 자음을 기다리며 늙어가는 모음아
나를 위해 무럭무럭 죽어줘
아무것도 아닌 공터야
몸통이 달아난 바퀴들아
나를 위해 노래해줘
궤적을 그리며 굴러가 마침내 사라지는 표정들아
멈추지 말아줘 눈먼 기차야
선로를 부수고, 선로를 부수고,
나를 질주해줘
나를 질주해줘
* 김지녀의 시 〈칙칙과 폭폭 그리고 망상〉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