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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_ 마음사전

수평선다방의 시 2012. 5. 22. 13:50

눈물의 맛

 

우리 옛 어머니들은 음식 간을 맞출 때 기억 속에 있던 눈물 맛에 맞췄다고 한다. 시집살이의 힘겨움을 표현하는 눈물 서 말 흘리지 않고는 음식 맛을 못 낸다는 속담도 있는 걸 보면, 많이 울어본 며느리가 음식의 간을 알맞게 낼 줄 안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도 같다.

부녀자들이 함께 부르는 남도의 잡가 중에는 고추방아 눈물은 싱겁디싱겁고 시모 구박 눈물은 누리디누린데, 팔자타령 눈물은 이다지 짜디짜냐. …… 주르륵 흐르는 눈물은 시큼한데 괴었다가 넘치는 눈물은 매캐하더라라는 노랫말이 있다.

눈물 맛을 구분해내는 이런 경지는 그만큼 많이 울어봤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우리가 흘리는 눈물에는 세균을 죽이는 라이소자임이라는 성분과 함께 인간의 감정 농도에 따라 분비량이 달라지는 나트륨도 들어 있다. 하품을 하거나 양파를 썰 때 나오는 눈물에는 없고 슬프거나 기쁠 때 흘리는 눈물에는 있는, 더구나 분노 때문에 흘리는 경우에는 가장 많은 성분이 나트륨이다. 남도의 잡가에는 눈물을 성분 분석하지 않고도 많이 울어보고 얻은 탁월한 분석력이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당신은 어떨 때 눈물을 흘리느냐?”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하나같이 다른 대답을 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여자의 눈물보다 남자의 눈물이 더 다양한 상황과 관련되었다는 것 또한 알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대방의 눈물을 바라보면서 자기의 방식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한다. 눈물처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드물고 오해의 여지가 많은 것도 없다.

우리는 어떨 때 눈물을 흘리나. 눈물을 흘리는 당신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하나.

 

_ 김소연의 <마음사전>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