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기
박완서 _ 보이지 않는 힘
수평선다방의 시
2012. 3. 27. 10:36
보이지 않는 힘
나는 내 눈으로 한번 똑똑히 분꽃이 피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봉오리가 활짝 벌어질 줄 알았는데 지키고 앉았으니까 왜 그렇게 안 벌어지는지요.
나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서 약간 느슨해진 꽃봉오리를 손으로 펴려고 했습니다.
잘 안되더군요. 인내심이 부족한 나는 기다리다 지쳐서 잠깐 자리를 떴다 와보니 분꽃은 용용 죽겠지, 하는 얼굴로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글쎄 내가 억지로 펴려 했던 꽃봉오리만이 피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지 뭡니까. 어른들한테 일렀더니 손독이 올랐다고 하더군요.
내 어린 손도 독이 되는데 어떤 인자함이 꽃을 피웠을까?
그건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내 최초의 경이였습니다.
- 박완서의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가운데